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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퍼듀 체험기

[퍼듀(Purdue) IITP 단기 교환학생 3주차] 실제 유학 생활

inspire12 2017. 1. 23. 11:22

3주차 이야기

 

한국에서 "글로벌 인재트랙 2기"를 뽑는 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 예상 독자는 아무래도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할 사람들일테니까 이번에 이야기를 "미국 생활"의 느낌을 전하고 싶다.

 

한국을 떠나기 전 생각했던 미국 생활과, 지금 생활의 간극이 좀 있다.

 

한국에서 생각했을 때(매우 개인적인) 

1.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계속 보다보면 친구 한 두명은 생기겠지

2. 자연스럽게 영어 늘겠지

3. 한국이 그립겠지, 음식 구하기 힘들텐데 고추장이라도 들고 가야하나

4. 옷은 넉넉히 들고 가는 게 좋겠지

 

+ 막연한 걱정

 

 

지금까지 느낀 간극이다.

 

1. 

고등학교 수업처럼 정해진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고맙게도 누가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면(그런 경우를 기대하기 보다 먼저 말을 걸자.) 외국인 친구를 만들기란 힘든 일이다. 

 

룸메이트로 지내는 Edgar는 이 점에서 정말 본 받을 만하다. 영어를 못해도 어떻게든 먼저 이야기를 걸고,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연락도 이어가고 있다.

 

걱정할 필요 없는 게 좋은 건 대부분 사람들이 먼저 말 걸면 친절히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불쾌하게 대한다면 굳이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살짝 낯을 가리게 된다.)

 

2.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사는 곳은 미국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영어를 별로 안하고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Survival Talk라고 물건 주문 같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영어를 칭하는 말이 있다. 미국에 주문하면 뭘 그리 많이 물어보는 지 말은 왜 그리 빠른지, 어버버 거리다가 종업원의 한숨을 볼 수도 있다. 그럴 때 기죽기 쉽다. 그러다 보면 외국인을 피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런 상황은 영어를 몰라도 상황에 맞게 질문이 있으니 어떤 질문을 할지 알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들린다.
 
3.

주변에 한국인을 위한 마트도 있고, 한국인도 많다. PMU에서 가만히 있다보면 신기할 정도로 자주 한국어를 들을 수 있다. (PMU는 625전쟁에 군인으로 참여한 퍼듀 학생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그래서 한국에 우호적이다.)

 

10년, 20년 전 이야기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원하는 한국음식도 상식적인 가격 선에서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늘 저녁에 짜빠게티를 먹었다.) 

 

하지만 퍼듀는 전미에서도 알아줄만큼 좋은 학식을 제공한다. (에어하르트와 와일리가 가장 좋다.)

때문에 한식은 외국인들을 초대하거나 갑자기 먹고 싶을 때가 아니라면 굳이 한식을 만들거나 찾진 않게 된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짠 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대부분 싼 음식일 수록 짠거 같기도 하다. 전체적인 가격도 한국보다 살짝 비싼 것 같기도 하다.(최근 한국 인플레이션이 생겨서 비슷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짜피 밀카드가 있기 때문에 별로 많이 안 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도, 굳이 국제 전화가 아니라, Wifi가 되는 환경에서 페이스톡 같은 걸 쓰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그립지도 않다. 그리울 만한 부분이 사실 거의 없다. 90년대 옛날 유학 후기하곤 완전 다르다.

즉, 미국에 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살지 않으면 그냥 똑같은 생활을 하다가 똑같이 돌아갈 수 있다.

오늘 한인 마트를 다녀오면서 어렴풋이 느꼈다. 앞 글에서 말한 듯이 우린 36명이 단체로 왔기 때문에 방끼리만 지내도 충분하다. 굳이 장소만 다를 뿐 영어를 전혀 안하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 먹으면 한국에서 보다 훨씬 영어를 쉽게 접하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어디서 이런걸 경험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영어를 하려면 시간 당 돈내고 학원을 가야할 걸 여기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할 수 없는 문화와 두근 거림이 분명이 있다.

 

4.

 짐을 챙길 때 딱 3일 정도 생활할 양이면 될 것 같다. 나머진 여기서 사는 게 더 싸게 먹힌다. 한국에서 생활할 만한 것들만 챙기면 나머지는 다 여기서 수급할 수 있다. 특히 옷이나 공산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니 굳이 옷을 안 사고 가는 걸 추천한다. 어짜피 식료품은 들고 갈 수도 없으니까. 한국에서 김을 한 가득 가져갔는데, 여기서도 살 수 있고 사실 밥을 안 만들면 짜서 굳이 먹지도 않으니 굳이 좋아하지 않으면 챙기지 말자, 한국에서 가져올 거 같은 건  칼갈이? 칼이 좀 무디다. 근데 여기서 구할 곳이 없었다. 나머진 크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

 

+

내가 살고 있는 West Lafayette(Purdue 대학)는 그 자체로 살기 좋다. 공기도 맑고 사람들도 좋다.

타지에 가면 흔하다는 인종차별을 운이 좋게도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대부분 여유가 있고, 친절하며 시민의식도 높다. 가장 좋은 건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친절한 웃음을 준다는 게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지나가다 잠깐 부딪칠듯해도 "Sorry" 혹은 "Excuse me" 가 자연스럽다. 뒷 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게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깊게 느낀 건 이번 주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룸메 한 명이 지갑을 버스에 흘리고 내렸는데, 그걸 돈이 들어있는 상태로 분실물 센터에서 찾은 것이다. 

 나도 운동시설 (이하 Corec)에 물건을 흘린 적 있는데 오피스에 맡겼더라, 그때 감동했다. 

 그리고 뭔가 눈치볼 일이 없다. 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뭔가 쫓기는 듯한 느낌으로 산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굉장히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 표정이 전부 여유롭고 웃고 있다. 방금 전 노트북 배터리가 없어서 케이블이 있는 테이블에 같이 앉아도 했더니, 엄지를 세우면서 "Sure"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한테 피해가 안 가면 크게 눈치볼 일도 없고, 자기 의사 표현도 확실하다. 그래서 눈치볼 필요가 없다. 살기 참 좋다.